2026. 7. 13.
인가는 타인의 법률행위(기본행위)의 효력을 완성시켜 주는 보충행위입니다. 이 보충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다투어야 하는지 쟁송의 방향을 잘못 잡기 쉽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본행위에 하자가 있을 때 인가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 하자를 다투려면 기본행위와 인가처분 중 무엇을 소송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두 사례를 통해 정리합니다.
[행정법 중요 판례 분석 15] "뿌리가 썩었는데 도장 찍어준다고 살아나나요?" - 기본행위 하자론과 인가처분 취소소송 사건
1. 사실관계의 재구성: "누구에게, 무엇을 따져야 하는가!"
[사례 A: 사립학교 임원 선임 사건 - "도장 찍어주셨으니 무효 아니죠?"]
사립학교 법인에서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임원을 선임(기본행위)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관을 위반하는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할 교육청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임원취임승인, 즉 '인가(보충행위)'를 해버렸습니다.
나중에 위법 사실이 발각되자, 해당 임원은 이렇게 우깁니다. "어쨌든 국가(교육청)가 꼼꼼히 심사해서 적법하게 '인가' 도장을 찍어줬지 않습니까? 국가가 인정해 줬으니 내 임원 선임은 이제부터 유효합니다!"
[사례 B: 재건축조합 사업시행계획 사건 - "구청을 상대로 소송합시다!"]
한 재건축조합에서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조합원 총회 결의(기본행위)를 거쳤습니다. 이 결의 내용에 억울함을 느낀 조합원 甲이 있었죠. 관할 구청장은 이 계획에 대해 흠 없이 적법하게 '사업시행계획 인가(보충행위)' 처분을 내렸습니다.
분노한 甲은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심하고, 관할 행정법원에 달려가 구청장을 피고로 삼아 '인가처분 취소소송(항고소송)'을 냈습니다. 판사님께 묻습니다. "판사님! 조합 총회 결의(기본행위)가 무효니까, 구청이 내린 인가처분도 당장 취소해 주십시오!"
과연 대법원은 두 사례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판결했을까요?
2. 법원의 판단: "인가는 거들 뿐! 기본행위가 무효면 인가도 무효이고, 소송도 기본행위를 직접 찔러라!"
대법원은 두 사례 모두 아주 냉혹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가의 본질인 '보충성'을 명확히 선언한 것입니다.
[사례 A에 대한 법리: 인가의 보충성과 하자 치유 불가]
인가는 타인의 법률행위(기본행위)의 효력을 완성시켜주는 '보충행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기본행위가 처음부터 불성립하거나 무효라면, 인가 자체가 적법하더라도 인가 역시 처음부터 무효가 됩니다.
대법원은 "학교법인의 임원선임행위가 불성립 또는 무효인 경우에 감독청의 취임승인이 있었다고 하여 이로써 무효인 그 선임행위가 유효한 것으로 될 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즉, 썩은 뿌리(기본행위)에 아무리 예쁜 인가 도장을 찍어줘 봤자 하자가 치유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례 B에 대한 법리: 쟁송의 대상 (번지수 찾기)]
이 부분이 바로 출제율 1위의 핵심입니다. 대법원은 甲이 제기한 소송을 '각하(재판 거절)'해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구청장의 인가처분 자체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고, 진짜 문제는 조합의 '총회 결의(기본행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인가처분 자체에만 하자가 있다면 그 인가처분의 무효나 취소를 주장할 수 있지만, 인가처분에 하자가 없다면 기본행위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따로 그 기본행위의 하자를 다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기본행위의 무효를 내세워 그에 대한 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할 수 없다"고 아주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즉, 甲은 애먼 구청장(인가청)을 상대로 항고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조합을 상대로 조합원 총회 결의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민사소송 또는 당사자소송)을 제기했어야 합니다. 타격을 해야 할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았기 때문에 패소한 것입니다.
3. 핵심 정리
행정행위 중 '인가' 파트는 OX 문제에서 수험생을 현혹하는 함정 지문이 쏟아집니다. 다음 공식을 떠올릴 수 있도록 암기해 두세요!
정리 1: 하자 치유 불가 (마법의 약이 아니다!)
"인가의 전제가 되는 기본행위에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행정청의 적법한 인가가 있으면 그 하자는 치유가 된다"라는 지문이 나오면 무조건 'X'를 그으세요. 기본행위가 무효면 인가도 무효입니다.
정리 2: 소송의 타격점 (번지수 공식)
기본행위에만 하자가 있는 경우: 기본행위를 대상으로 소송 제기 (O) / 인가처분을 대상으로 소송 제기 (X)
인가 자체에만 하자가 있는 경우: 인가처분을 대상으로 항고소송 제기 (O)
정리 3: 기출 함정 주의보
시험에서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인가처분에 하자가 없는 경우 기본행위인 사업시행계획의 무효를 들어 사업시행계획 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를 구할 수 있다"라고 나오면 가차 없이 'X'입니다. "기본행위 하자를 이유로 인가처분을 팰 수는 없다"는 원칙을 절대 잊지 마세요!
인가는 기본행위의 효력을 보충할 뿐이므로, 기본행위가 무효이면 인가도 무효이고 기본행위의 하자는 기본행위 자체를 다투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인가처분 자체의 하자와 기본행위의 하자를 분리해서 사고하는 것이 정확한 답안의 출발점입니다.
본 글은 수험 학습을 위한 판례 정리이며, 구체적 사안의 법적 판단은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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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검수
정대영
엘루션 대표 · 변호사
총 법조 경력 약 19년 · 송무 500건 이상
엘루션 대표 정대영 변호사입니다. 사법연수원 제36기 출신으로 약 19년간 공익법무관·로펌·대표변호사를 거치며 500건 이상의 송무를 수행했습니다. 민사·행정 전문변호사이자 공인중개사로서 부동산 분쟁과 민사집행 분야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본 칼럼은 수험 학습을 위한 개념 정리이며, 엘루션의 편집 기준에 따라 변호사의 검수를 거칩니다. 구체적 사안의 법적 판단은 별도의 법률 상담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