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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31.

[행정법 칼럼] 묵시적 의사표시와 신뢰보호 — 행정청의 침묵도 약속이 될까?

신뢰보호원칙의 선행조치(공적 견해표명)에는 묵시적 의사표시도 포함됩니다. 조세법상 비과세 관행을 중심으로, 묵시적 표시가 인정된 사례와 단순한 과세누락을 구별하는 기준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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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신뢰보호의 원칙은 행정청이 국민에게 공적인 약속·견해를 표명했다면, 이를 믿고 행동한 국민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입니다. 그런데 그 선행조치, 즉 공적인 견해표명은 반드시 공문서나 명시적인 말로만 이루어져야 할까요?

판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대법원은 공적인 견해표명에는 명시적 의사표시뿐만 아니라 묵시적 의사표시도 포함된다고 판시합니다.

1. 조세법상 비과세 관행과 묵시적 의사표시

묵시적 의사표시란 명시적인 말이나 글이 없더라도, 주변 정황과 행정청의 태도를 종합할 때 특정한 의사가 있다고 객관적으로 추단할 수 있는 행동이나 침묵을 말합니다.

묵시적 의사표시가 가장 자주 쟁점이 되는 영역이 조세법상의 비과세 관행입니다. 과세관청이 장기간 세금을 부과하지 않은 사실상태가 계속될 때, 이를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묵시적 의향표시로 볼 수 있다면 국민의 신뢰가 보호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핵심은 단순한 부작위(누락)와 묵시적 의사표시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상당 기간 세금을 부과하지 않은 객관적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과세관청이 과세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어떤 특별한 사정 때문에 과세하지 않겠다는 주관적 의사가 행동으로 나타났어야 묵시적 의사표시로 인정됩니다.

2. 묵시적 의사표시를 인정한 사례

보세운송면허세 4년 미부과

면허세 근거법령이 존속하던 4년 동안, 과세관청이 면허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수출 확대’라는 공익상 필요에서 단 한 건도 면허세를 부과하지 않은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비과세 관행, 즉 묵시적 의사표시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신뢰보호의 원칙을 적용했습니다(대법원 1980​. 6. 10. 선고 80누6 전원합의체 판결).

간호전문대학 병원 사업소세 20년 미부과

도입 이래 20년 이상 병원에 사업소세를 부과하지 않았고, 특히 장기간 인근 다른 과세관청의 유사 사례에 대한 과세 시도를 보면서도 비과세 조치를 계속 유지한 경우입니다.

판례는 이를 묵시적으로 비과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두15350 판결).

외교부 사단법인 기숙사 19년 미부과

외교부 소속 공무원 등을 위한 사단법인 기숙사에 대해 관할 관청이 약 19년 동안 재산세 등을 전혀 부과하지 않다가 뒤늦게 부과처분을 한 사안입니다.

판례는 이러한 장기간의 비과세를 공적 견해를 묵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았고, 이를 신뢰한 국민에 대한 과세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두42559 판결).

3. 묵시적 의사표시를 부정한 경우: 단순한 과세누락

반면, 행정청이 과세대상임을 몰라서 실수로 부과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면 묵시적 의사표시는 부정됩니다(대법원 1984​. 5. 22. 선고 84누55 판결). 즉, 묵시적 표시가 인정되려면 단순한 과세누락과 달리, 과세관청이 상당 기간의 불과세 상태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누8947 판결).

4. 한눈에 보는 구별 기준

구분인정 여부핵심 포인트
알면서도 공익상 필요 등으로 장기간 미부과묵시적 표시 O (비과세 관행 가능)주관적 비과세 의사가 행동으로 추단됨
인근 과세 시도를 알면서도 비과세 유지묵시적 표시 O의식적·지속적 비과세 태도
몰라서·실수로 부과하지 않음 (과세누락)묵시적 표시 X단순한 부작위·누락에 불과

5. 정리

공적 견해표명 = 명시적 의사표시 + 묵시적 의사표시

묵시적 표시 ≠ 단순한 침묵·잊어버림·몰라서 한 누락

조세 파트에서는 ‘장기간 미부과’만 보지 말고, 알면서도 특정 의도(비과세)로 행동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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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검수

정대영

엘루션 대표 · 변호사

총 법조 경력 약 19년 · 송무 500건 이상

엘루션 대표 정대영 변호사입니다. 사법연수원 제36기 출신으로 약 19년간 공익법무관·로펌·대표변호사를 거치며 500건 이상의 송무를 수행했습니다. 민사·행정 전문변호사이자 공인중개사로서 부동산 분쟁과 민사집행 분야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민사법 전문변호사행정법 전문변호사공인중개사

본 칼럼은 수험 학습을 위한 개념 정리이며, 엘루션의 편집 기준에 따라 변호사의 검수를 거칩니다. 구체적 사안의 법적 판단은 별도의 법률 상담이 필요합니다.